(다음 내용은 부부위기에 놓인 부부의 상담내용 중 일부를 내담자에게 양해를 구하여 재구성한 글이다.)
상담자; 부부위기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내담자; 결혼 초기부터 어머니는 아내를 탐탁지 않아 하셨다.
어머니는 평생 막일을 하셨는데, 대학 나오고 전문자격증까지 가지고 있는 아내가 일을 하지 않는 것에 대
해 이해하지 못하셨다.
더군다나 일하는 형수와 비교되면서 아내는 더욱 시댁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런 아내 편에 서지 않고 나는 어머니에 대한 이해가 더 높다보니 아내가 점점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같은 시각에서 늘 아내를 나무랐다.
이렇게 갈등이 극에 치닫는 와중에 어머니가 말기 암 판정을 받으셨는데 아내는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
는 행동을 해서 나와의 곬을 깊이 팠다.
내가 중요한 약속으로 어머니를 돌봐 드릴 수가 없어서 아내가 어머니를 불편해 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만, 너무 다급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한나절만 어머니를 부탁했는데 아내는 보란 듯이 아이를 데리고 에버
랜드로 놀러갔다.
상담자; 오래 전부터 시작된 갈등이고, 그 정도도 꽤 심각한 수준인데 어떻게 견뎌왔나?
내담자; 아내가 늘 요구하고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었으니까, 아내가 공격하거나 요구하
는 게 힘들었었다.
아내가 힘들어하지 않으면 나는 괜찮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니까.
상담자; 이 말의 의미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가지고 있을 수 있겠다.
변함없는 모습이라는 신뢰로운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당신만 문제가 없으면 우리 부부는 문제
없다는 의미를 포함하여 고정된 자리에서 아내에게 다가가 귀 기울여 주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는 말로 들
리기도 한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남편은 어머니의 아들에서 벗어나 남편으로 자리매김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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