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만 낳았지 신혼 초부터 섹스리스여서 남편은 성욕이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성관계를 포기하고 살고 있었다는 부부의 상담사례이다.
"늦은 밤 남편의 폰이 울려서 무심고 열어보았다가 남편이 가입한 성매매 카페 사이트
여러개를 발견했어요.
너무 놀라 자는 남편을 깨워 따지고 물었는데, 그 반응이 오히려 더 기가 막혔어요.
아주 태연하게 별거 아냐. 그냥 직장 동기들이 보내준거 저장한 거 뿐이야.
간적은 한 번도 없고, 그냥 회원가입해야 들어가서 여자들 볼 수 있어서...
아니 가지도 않을 거면 왜 여자들 정보는 검색하냐며...
너무 기가막혀 밤새 싸워도 남편이 너무 딱 잡아떼니까,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하는
생각이 들더라니까요."
아내는 숨도 쉬지 않고 며칠전의 부부싸움 장면을 이야기했다.
옆에 앉은 남편의 표정은 정말 고요했다.
이런 장면 앞에서는 부부상담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상담자임에도 상담의 실마리를 잡는데
생각이 여러갈래로 향한다.
부부의 갈등과 위기 장면을 드러낸 후에 개인상담을 진행하면서,
신혼 초부터 섹스리스부부가 된 과정을 탐색해 보니,
남편은 "남자들은 원래 결혼하면 아내한테는 성적 매력을 잘 못 느끼는 거잖아요."라고 말하였는데,
이 말은 많은 의미를 포함하고 있었다.
조선시대 아내는 안채에, 남편은 사랑채에 기거하면서 대를 있는 의미의 부부를 연상시키는
남편의 가치관을 가진 남편은 직장에서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연대해서
그릇된 부부성의식을 가지고 불행한 가정을 고착시키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과 처음 성관계를 할 때 남편이, 왜 이렇게 못하냐라고 하더라고요.
더무 황당했어요. 그런데 그때는 수치스럽고 해서 따져 묻지도 못했지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이제와서 성관계를 하자니 새삼스럽기도 하고..."
남편은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아내는 처음 성관계에서 수치심을 경험하자
다시는 들추어내고 싶지 않은 불편한 마음 때문에 부부는 가사분담이나,
공동육아문제를 핑게삼아 날마다 가정을 싸움터로 만들게 된 것이다.
이 부부는 폰에서 발견된 문제가 사건이 되어 상담을 시작했지만,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주된 갈등은 오히려 현실적인 문제(가사노동, 육아, 생활양식)등이 훨씬 컸다.
그래서 섹스리스문제를 해결하는데 직접적인 접근 보다는 관계를 회복하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고 합리적인 가사 분담과 공동육아의 합의점을 도출하였고,
현실에서 싸움의 빈도수가 점점 줄어들고, 서로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수위가 낮아졌다.
부부의 성에 대한 책과 영화를 통해 부부의 성문제를 학습하고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면서
섹스리스의 단계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서로에 대한 호의가 자라나면서,
성 문제를 주제로 한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나갈 만큼 관계가 회복되면서
부부의 요청에 의해 상담을 종결하였다.
모든 상담이 그렇지만, 부부상담은 특히 역동적이어서 어느 한 부분의 축을 순기능으로
바꾸어도 전체가 순기능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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