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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상담이야기) 에필로그
2018-11-20 20:00:31
고도심리상담 조회수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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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심리상담 대전부부상담

 

  어린 시절 송충이의 색깔과 무늬에서 작은 생명의 완전한 조화와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감탄한 이후로 존재들의 의미를 발견하는 일에 늘 관심을 두었다. 이는 아마도 Viktor Frankl이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골몰하였던 것과 같은 의미라 여겨진다. 일찍부터 연구자에게 보여지는 삶의 고단한 풍경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놓을 수 없었으리라. 이 물음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으로 택하게 하였고 이후로 신학과 불교, 비교종교, 사회복지에서 심리상담에 이르기까지 생명과 삶의 의미를 해석하는 다양한 방식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 존재 의미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은 연구자를 상담자의 삶으로 이끌었다.

  상담과정과 종결이 늘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는 없다. 그러나 초기 상담 때 가지고 있던 삶의 다양한 어려운 문제들을 상담을 종결하는 시점에서 온전히 극복하고 건강한 모습을 찾아가는 내담자들의 모습을 보면 늘 궁금함과 호기심이 일어났다. 도대체 저들을 회복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인가? 이 마음은 불교 공부를 하며, 모든 인간에게는 번뇌를 벗으면 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여래장’이론으로 어느 정도 해소가 되었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아 계속되어 왔다. 그렇지만 번뇌를 벗는 과정과 통찰 후에 성숙함에 이르러서의 변화경험 대한 느낌은 어떠한지에 대해 알고 싶어도, 상담이 종결되고 나면 내담자들을 다시 만나 연구자의 이 궁금함들을 해소할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박사논문의 연구주제선택 문제로 고심을 하면서 상담자로서 오랜 기간 질문으로 가지고 있었던, ‘상담 속에서 변화과정은 어떠한지, 또 상담 종결 후의 성숙과정은 어떠한가?’에 대한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아 길을 나선 것이다. 그러나 상담 종결 후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일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는지 망설임이 앞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상담자로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풀어내야 할 과제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았다. 참여대상을‘이혼위기를 극복한 남편’으로 정하고 나서 참여대상자 후보들에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연락하는 것으로 연구가 시작되었다.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3년이 지나도록 논문의 주제를 잡지 못하였다. 그러나 ‘남편’에 대한 연구로 초점이 맞추어지고 나자, 연구자의 삶 시작부터 차올랐던 이야기들이 밖으로 흘러나왔고, 그 과정에서 무질서하게 나열된 악보 같았던 연구자의 삶과 상담 속의 음계들이 화성법을 갖춘 곡과 노랫말로 만들어졌다.

  연구과정에서 약속된 다음 인터뷰 날이 기다려졌다며, 경쾌한 표정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상기된 참여자의 얼굴이며 아팠던 기억에 머물 때는 찡그리는 표정들이며... 삶의 갈피갈피를 조심스레 펼치면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토해내는 참여자들 앞에서 연구자는 상담자로만 머물렀으면 결코 경험하지 못하였을 경외로운 순간들을 만났다. 참여자들이 이혼극복과정에서 얼마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자신의 삶을 가꾸기 위해 애썼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제까지 가졌던 궁금함의 질문들이 해소되었다.

  연구참여자들을 처음 상담자와 내담자로 만났을 때에는 이들의 호소문제에 집중하고 상담자의 역할을 다 하느라 이들의 전체적인 삶을 보는데 여러 가지로 제한적인 면이 있었다. 그러나 연구자와 참여자로 만나는 장은 참여자들의 내러티브에 대하여 판단을 중지하고 일정 간격의 거리를 두어야 하는 구조 속에 놓여서인지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전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듣고 바라볼 수 있었다. 이 시간들은 타인의 삶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연구에 대한 취지를 설명하고 요청하였을 때 흔쾌하게 수락하며, 그 많은 시간을 상담소에 와서 인터뷰에 응해주는 연구참여자들의 모습은 연구하는 내내 연구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되었다. 질적 연구, 특히 내러티브 탐구 학자들이‘내러티브 탐구를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참여자들과 맺은 깊은 우정이 연구 윤리에서 중요하다.’는 의미를 연구를 마치는 순간에야 비로소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상담자와 내담자로 처음 만났을 때는 실명을 밝히지 않아서 종결한 이후에도 가명으로만 알고 있다가 연구에 참여하면서 실명을 처음 알게 된 참여자가 있었다. 그는 자신이 가명을 쓰면서 상담을 했던 기억조차 잊어버렸다며 ‘이혼위기를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면 오히려 보람 있는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인터뷰를 마칠 즈음에는 참여자들 모두 연구에 참여하는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하였다.

  연구 결과의 검증과정에서 들은 독자들의 목소리에서도 많은 배움이 있었다. “연구자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자신의 기억과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며, 부부갈등을 심하게 겪으며 남편에게 마음을 닫은 아내의 경우에는 “논문을 읽으며 남편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중년기의 남편도 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남편과 다시 한 번 마음을 열고 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였다. 이혼위기를 경험하고 극복과정 중에 있는 남편은 “논문을 읽는 내내 이 참여자들의 아내는 어땠을까 계속 궁금했다.”고 하였다. 이러한 독자들의 소감을 들으며, 연구가 연구자의 손을 떠나 독자들에게 돌아갔을 때는 연구자가 예측하고 통제할 수 없는 독자적인 생명력을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러티브 탐구과정에서 다양한 5명 남편들의 이야기는 ‘남편’이라는 보편적인 이름으로 남편 모두의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리고 ‘남편’이라는 이름에만 머물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연구자’의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연구자는 이제까지 노년을 맞이하지 못하고 중년기에 삶을 마친 엄마의 남편인 내 아버지로부터 도망쳐왔다. 받은 사랑 때문에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겨둘 수도 없어 그저 묻어 두었던 그 자리위에, 아버지와는 다른 남편을 만나 결혼함으로써 그 흔적마저 지우려 했었다. 그러나 연구를 수행하며 피할 수 없이 그 기억들에 붙들려 눈물을 쏟아냈고, 얼었던 감정들이 녹아내렸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품어왔던 삶의 관심 주제들이 씨줄과 날줄로 직조된 연구자의 삶은 연구를 마치며 ‘상담자’라는 문양으로 드러났다. 연구자의 삶 역시 ‘고착’, ‘해체’, ‘재구성’, ‘변주’의 과정과 의미를 가지며, 연구자에서 다시 상담자로 자리매김 하였을 때 소쩍새가 운 까닭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소쩍새가 운 까닭은 이른 봄에 피는 꽃부터 사계절 끝자락의 국화꽃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라는 의미에 대해 읊었던 노시인의 혜안이 느껴진다. 연구자의 어린 시절 그 아픔은 이른 봄추위 속에 피어난 강한 생명의 꽃이었다고 ‘다시 이야기 하며’, 이제 상담자로 ‘다시 살아가는’ 선율 위에 섰다.

  이제 연구자가 연구의 시작에서 소망했던, 내담자들이 보여주는 것의 이면까지도 볼 수 있는 상담자이고자 한 바람에 한 발짝 다가선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