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부부상담자로서 성숙에 도달하는 남편내담자의 종결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담자의 길에

대한 깊은 회의를 가지게 하는 경험도 있다.

아내의 손목에 붕대가 감겨진 채 어린아이를 동반한 부부의 상담에서 마음 아픈 일을 겪어야 했다.

어머니에 대한 남편의 지나친 효도 때문에 자해를 하게 된 아내는 이미 우울과 분노가 이성의 한계를 넘어

있었다.

아내의 권유에 할 수 없이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셔놓고도 수시로 어머니가 전화해 호출하시면 자신의 일

도 뒤로하고 어머니께 달려가는 남편의 모습에 아내의 마음이 병든 것이다.

상담자는 남편과 어머니의 분리를 시도했는데, 남편은 “어머니가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요. 아내가 조금

만 참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였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내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어머니와의 분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그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리고 부부상담은 그 상태에서 종결되어 한동안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지냈다.

그러던 차에 그 남편의 누나가 상담을 요청하여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 부부의 상담 과정 속에서 느꼈던 내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러한 위기상황의 부부상담에서 내담자와 협의된 목표와 방향을 가지고 진행하지만 이처럼 안타깝고 불

가피한 상황들도 때때로 발생하기도 한다.

이와 유사한 문제들을 가진 많은 남편 내담자들이 아내의 모습이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우울로 자해

를 하며 고통을 호소해도 아내가 왜 그러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는 이혼을 하더라도 나중에 아이에게 아빠가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는 떳떳함을 가지고 싶다

며 가정법원에 가기 직전에 마지막 노력이라고 생각하면서 부부상담을 선택한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는 심각한 부부위기는 남편이 아내의 마음에 귀 기울이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표면적 현상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남편들 스스로도 자신의 내면과 분리되어 있어 자신의 마음조차 스스로 모르는 것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데 나는 이 연구를 통해서 중년기 이혼위기남편들이 이혼위기의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과 그 경험의 의미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