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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부부상담|술을 끊지 못하는 배우자, 어디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부부와 관계의 심리학 1
술을 끊지 못하는 배우자, 어디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사랑과 중독 사이에서 무너지는 부부의 균형
부부상담을 하다 보면
배우자의 술 문제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에게서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이 사람 술만 안 마시면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생각합니다.
이 사람은 얼마나 오랫동안
배우자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왔을까.
술을 마시지 않을 때는 다정한 남편이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하고,
다시는 이렇게 마시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배우자는 다시 한번 믿어봅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다시 사과합니다.
다시 약속하고,
다시 실망합니다.
그렇게 부부는 어느 순간
술과 사과, 약속과 실망이 반복되는 시간 속으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알코올중독 자체에 대한 이야기보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배우자의 마음.
그리고 그 관계 안에서
사랑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처음에는 사랑해서 도와줍니다
처음부터 배우자가
상대방의 술을 관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 겁니다.
술에 취해 들어오면 물을 가져다주고,
다음 날 출근하지 못하면 대신 직장에 연락하기도 합니다.
술자리에서 사고가 생기면 수습하고,
부모님이나 아이들이 알지 못하도록 감춰주기도 합니다.
돈 문제가 생기면 대신 해결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대부분 사랑에서 시작합니다.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괜찮아지겠지.’
‘지금 힘든 일이 있어서 그런 거야.’
‘내가 조금 더 이해해주면 달라질 거야.’
그런데 중독의 문제에는
아주 어려운 역설이 하나 있습니다.
사랑해서 하는 도움이
때로는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와 직접 마주할 기회를
늦추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중독 분야에서는 이런 현상을 설명할 때
‘인에이블링(enabling)’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상대방을 망치려고 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도와주고 싶어서 한 행동입니다.
그러나 술 때문에 생긴 문제를
누군가가 계속 대신 수습해준다면,
술을 마신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가져온 결과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은 점점 돌봄이 되고,
돌봄은 관리가 되고,
관리는 어느 순간
통제가 되기도 합니다.
2. 그런데 배우자는 왜 떠나지 못할까요?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쉽게 말합니다.
“그렇게 힘들면 헤어지면 되잖아.”
그러나 관계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살아온 시간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책임감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사랑하는 마음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입니다.
술 문제가 심해지기 전의 배우자를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때는 따뜻했던 사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던 사람.
나를 사랑해주었던 사람.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는 날에는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배우자는 생각합니다.
‘저 사람이 원래 모습인데.’
‘술만 끊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는데.’
바로 이 희망 때문에
한 번 더 기다립니다.
그리고 또 한 번 기다립니다.
어쩌면 중독자의 배우자는
현재의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동시에 과거의 사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기다림이 몇 달이 되고,
몇 년이 되고,
때로는 아주 긴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3. 어느 순간 부부가 아니라 관리자가 됩니다
중독이 부부관계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 가운데 하나는
두 사람의 역할을 바꾸어놓는다는 것입니다.
원래 부부는
성인과 성인이 만나는 관계입니다.
서로 사랑하고,
의논하고,
각자의 삶을 책임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술 문제가 반복되기 시작하면
관계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오늘 술 마셨어?”
“몇 병 마셨어?”
“지금 어디야?”
“누구하고 있어?”
“몇 시에 들어올 거야?”
“카드는 또 어디에 썼어?”
한 사람은 점점 확인하고 감시하는 사람이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점점 숨기고 피하는 사람이 됩니다.
술병을 찾아내 버리기도 하고,
카드를 관리하기도 하고,
휴대전화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두 사람은 남편과 아내라기보다
관리하는 사람과 관리받는 사람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이때 부부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바로 상호성입니다.
건강한 관계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책임지는 관계가 아닙니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책임지면서
서로의 삶에 참여하는 관계입니다.
하지만 중독이 관계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술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오늘 마셨는가.
내일도 마실 것인가.
또 약속을 어길 것인가.
언제 다시 문제가 생길 것인가.
그리고 어느 순간,
두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사랑보다
술이 더 큰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4. 사랑한다는 것은 어디까지 책임지는 것일까요?
여기에서 아주 어려운 질문을 만나게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지고 있는데
그냥 바라보고 있어야 할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권하고,
치료를 제안하고,
필요하다면 함께 전문기관을 찾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과
상대방의 삶을 대신 책임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대신 술을 끊어줄 수는 없습니다.
내가 대신 치료받을 수도 없습니다.
내가 아무리 간절하게 원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것까지
대신해줄 수는 없습니다.
이 지점에서 필요한 것이
관계의 ‘경계(boundary)’입니다.
경계라고 하면
차갑게 선을 긋거나
상대방을 밀어내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건강한 경계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경계는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과
상대방이 책임져야 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치료받기를 바랄 수 있습니다.
당신을 도울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회복하려는 과정에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회복을
내가 대신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이 구분이 사라지면
한 사람의 중독이 어느 순간
두 사람 모두의 삶을 지배하게 됩니다.
5. 관계를 지킨다는 것과 나를 잃는다는 것
오랫동안 배우자의 중독 문제를 감당해온 사람들은
어느 순간 자신의 감정을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오늘 배우자가 술을 마셨는지가 중요하고,
오늘 무슨 사고를 치지는 않았는지가 중요하고,
아이들이 눈치채지는 않았는지가 중요합니다.
내일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살아갑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정작 아주 중요한 질문 하나가 사라집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
나는 지금 무엇이 힘든가.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포기하면서
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이 관계 안에서
나는 여전히 나로 살아가고 있는가.
배우자의 중독을 바라볼 때
우리는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두기 쉽습니다.
얼마나 마시는지,
왜 끊지 못하는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버텨온 사람의 삶 역시
돌보아야 합니다.
그 사람에게도
도움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6. 사랑에도 경계가 필요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평생 붙잡고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그 사람이
자신이 한 선택의 결과를 스스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걸음 물러서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것은 반드시
사랑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대신 짊어지고 있던
상대방의 삶을
다시 그 사람에게 돌려주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지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삶까지
대신 살아주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관계를 지키는 것과
나를 잃어버리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사랑한다는 것과
상대방의 삶을 대신 책임지는 것도
같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랑에도 경계가 필요합니다.
그 경계는 상대방을 버리기 위한 선이 아니라,
나와 당신,
두 사람의 삶을 다시 구분하기 위한 선입니다.
그리고 그 경계가 때로는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하고,
상대방에게도
자신의 삶을 다시 책임질 기회를 돌려줍니다.
사랑은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관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면
부부의 문제는 어느 한 사람만의 잘못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오랫동안 반복되어온 갈등과 상처 속에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반응해온 관계의 방식이 함께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도심리상담센터는 부부가 반복하고 있는 관계의 패턴을 함께 살펴보고,
서로의 마음과 관계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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