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리학과의 첫 인연은 26세 무렵 오랫동안 꿈꾸고 준비했던 독일 유학이 좌절된 시절, 추적추적 비 내리는 날이었다.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젖은 날 친구와 함께 처량히 걷다 찾은 뒷골목 철학관에서 ‘내 삶’을 물었다. 선생의 네러티브 형식과 같은 명리 상담의 이야기는 “갈라진 논의 가뭄을 해갈하고, 아픈 사람을 치유하는 약손으로 한 폭의 아름다운 산수화 같은 삶”이라는 답이었다. 그 이야기는 내 삶의 밑그림이 되어 ‘日山’이라는 호를 가진 남편과 함께 산수화를 완성해가고 있다.
연구자의 사주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午月에 癸水인 日干이 用神과 格局을 정하는 『자평진전』 학설은 “用神은 이미 월령을 위주로 하지만, 그러나 월령에 소장된 것이 한결같지 않아서 用神에 마침내 변화가 있는 것이다.”라고 한다. 이 학설을 따르면 午月에 월령에 지장간이 丙己丁이 포함되어있으니 偏財格으로 잡고. 用神은 火가 지극히 많아 泄氣하는 正官 戊土를 정해야 한다. 또 하나, 명리 원서인 『궁통보감』에는 다음같이 내러티브 형식을 취하는데 그 이야기는 아래와 같다.
午月의 癸水는 지극히 根이 없어서 반드시 庚辛金이 身을 生하는 근본으로 삼아야 하는데, 다만 丁火가 권세를 맡으므로 金이 火를 대적하기 어려우니, 어떻게 癸水를 자양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비겁을 만나야만 비로소 辛金의 작용을 이루게 되는 것이니, 午月의 癸水는 庚辛壬을 참작하여 병용하는 것이 옳다.
이와 같이 『궁통보감』의 내러티브 형식를 따르면 사주 원국에 庚辛金이 있어야 하는데 庚辛金이 없으니 癸水 日干을 도와주는 비견인 癸水를 用神으로 잡아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학설을 근거로 從格 사주, 도자기 사주, 뭉게구름 사주, 세상에 불 밝히는 종교지명사주, 단명사주 등 많은 학설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인이었던 나는 어린 시절에는 목회자를 소망하였고, 청년기에는 상담자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다.
가난한 시절을 살아오면서도 부자 되기가 우선순위가 아니었던 것을 보면 사회에 불 밝히는 종교지명 사주로 볼 수 있다. 본 명조의 정체성과 삶의 여정을 문예사조로 비유해보자면,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양극단으로 치우칠 수 있는 사주팔자이다. 필자는 이분법 해소하고 보완하기 위해 ‘사실주의’를 지향하였고, 더 나아가 명조의 물상을 선명하게 실현하고자 ‘인상주의’ 지점에 서 있다.